정상적인 수출이나 기업활동을 일부 위축시키더라도 이미 차입을 과다하게 한 법인이 다른 법인의 주식을 취득·보유했다면 지급이자는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기업의 과다차입으로 인한 부실경영과 원활한 자본융통을 저해하는 계열사간의 주식취득을 막기 위해 차입을 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제도'와 수출증진을 위해 차입을 권장하는 수출입은행의 '연불수출금융' 중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제도'의 취지를 더 높이 본 판결로 향후 상급심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특별7부(재판장 김대휘 부장판사)는 최근 "160여억원의 법인세를 취소해 달라"며 LG상사(주)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 항소심(☞2006누14454)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는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수적인 비용인만큼 손금에 산입하여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자기자본의 2배 이상 과다하게 차입을 한 차입과다법인의 경우에는 예외"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35조의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제도'의 취지는 법인의 과다한 차입경영을 억제하고 건전한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다"라며 "법인이 차입금으로 다른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이미 취득한 다른 법인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아무리 수출증진의 목적이 있더라도 '연불수출금융'도 넓은 의미의 '차입'이다"라면서 "이미 차입금 과다법인에 해당하는 원고가 연불수출금융을 제공받은 이상 법 제135조의 요건을 충족해 원고가 지급한 이자는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LG상사는 92년부터 파키스탄법인인 PTC와 태국법인인 TPI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3,100여억원의 연불수출금융을 지급받고 은행에 이에 대한 이자 280여억을 지급했다. 그러나 영등포세무서는 연불수출금융을 '차입금과다법인의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대상인 차입금으로 보아 지급이자 280여억원을 손금 불산입하여 2004년 161여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에 원고는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