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재산을 취득했을 경우 이를 무조건 주주의 이익으로 계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시행령 제31조6항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유승정 부장판사)는 19일 2005년 폐업한 J상사의 주주 장모씨 등 4명이 양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2008누23421)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1항은 증여 등 거래로 인해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 그 이익에 상당한 금액을 주주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그 ‘이익의 계산’에 관한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며 “법이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 그 계산만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음에도 법인이 재산을 취득하면 주주가 당연히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여 그 이익의 계산방법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 41조2항이 주주가 얻은 이익이 무엇인지에 관해서까지 시행령에 위임하는 취지로 본다고 하더라도, 시행령 조항은 특수관계자가 특정법인에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바로 그 재산을 주식비율로 주주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게 보는 결과가 돼 주식회사제도에 있어서 회사와 주주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결손법인의 경우 주주에 대한 배당을 고려할 수 없고 주식의 실가치나 잔존재산의 청산가치가 부수(-)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인데, 특수관계자에 의한 재산의 무상제공이 있더라도 여전히 주식의 실가치 등이 (-)에 머물러 있는 경우라면 법인의 주주로서는 그 주식을 보유함으로서 어떤 이익도 실제로 받은 바 없다”며 “시행령 조항은 결손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어서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경공업제품의 원부자재를 수입·수출하던 J사의 주주 중 한명인 장씨는 2004년 J사에 자신 소유의 건물과 대지를 증여했지만 결국 회사는 35억원이 넘는 결손금을 내고 2005년 폐업했다. 세무당국은 장씨가 회사에 부동산을 무상제공함으로써 주주들이 그 가액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각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지분율을 토대로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불복해 장씨 등은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