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금 채권을 둘러싸고 외국기업과 우리나라 법인간에 소송전이 벌어졌을 때에는 국제사법 제16조에 따라 우리 법을 적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설립된 홍보대행업체 A사가 경북 봉화군의 B영농조합법인과 조합원인 정모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약정금청구소송(2017다246739)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제사법 제16조 본문은 '법인 또는 단체는 그 설립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해 법인의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설립 준거법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항이 적용되는 사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그 적용범위는 법인의 설립과 소멸, 조직과 내부관계, 기관과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 행위능력 등 법인에 관한 문제 전반을 포함한다"며 "따라서 법인의 구성원이 법인의 채권자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지, 만일 책임을 부담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관해서도 해당 법인의 설립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영농조합법인은 대한민국의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됐으므로 그 구성원인 정씨 등이 법인의 채권자인 A사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지가 문제된 이 사건에도 대한민국 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 1월 6일 개정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부칙 제3조에 따라 그 시행일인 2015년 7월 7일 이전에는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 및 준조합원의 책임은 납입한 출자액을 한도로 한다'는 개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법 개정 전에 계약이 체결된 이 사건에서 정씨 등은 법인이 부담하는 채무에 대해 일반적으로 민법 제712조에 따라 변제책임을 지므로 A사에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B영농조합법인은 국내로 돌아온 미국 교포들을 위한 별장식 휴양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1년 12월 A사와 분양 및 회원모집을 위한 판매·홍보업무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 후 B영농조합법인의 대표가 횡령 혐의로 해임됐고, 이에 A사는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업무를 중단했다. B영농조합법인은 A사가 이미 지출한 비용 가운데 4만5000달러를 지급하고 2012년 9월 다시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차계약에서 약정한 돈을 받지 못하자 A사는 B영농조합법인과 조합원인 정씨 등을 상대로 "9만2000달러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사무관리 등으로 인한 채권에 관해 국제사법은 행위지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A사가 주장하는 채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체결된 2차계약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준거법은 캘리포니아주의 법"이라며 "법인과 그 구성원의 책임이 분리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 원칙이므로, 조리 등에 의할 때 조합원인 정씨 등이 법인과 연대책임을 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1심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