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이사장이 조합과 업무적으로 밀접한 금융기관에 특정 언론사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했더라도 조합이 금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 언론매체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부산광역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새마을금고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전 부산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전모씨에 대한 상고심(☞ 2011도16718)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3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게 하는 등으로 상대방의 업무에 곤란을 야기하거나 그러한 위험이 초래됐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제3자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그에 대해 업무상의 지시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가 이사장으로 근무한 조합은 새마을금고와 업무구역이 동일하고, 새마을금고의 임원은 조합원 자격을 갖춰야 하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조합과 새마을금고는 업무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조합이 새마을금고의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은 조합 이사회가 새마을금고에 대해 특정 매체에 광고게재를 중단하도록 의결한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09년 4월 부산개인택시신문이 '택시정보화사업이 중단된 책임이 전씨에게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전씨는 이사회를 열고 '새마을 금고 또는 조합의 조합원이 부산개인택시신문에 광고를 게재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합 징계위에 회부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한다'는 내용을 의결한 다음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사장 명의의 공문을 새마을금고에 내려보냈다가 기소됐다. 1,2심은 "새마을금고는 조합과 별도의 법인이긴 하지만 조합원 자격이 박탈되면 새마을금고 임원 자격도 박탈되는 등 사실상 조합이 새마을금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전씨가 새마을금고에 위력을 행사해 부산개인택시신문의 신문발간 업무를 방해했다"며 유죄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