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계열사인 산은캐피탈의 사모사채를 정상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인수한 것은 부당지원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는 1일 한국산업은행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2008누26208)에서 "계열사 사모사채 저리인수는 부당지원에 해당해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며 원고일부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사모사채 인수부분을 뺀 과징금을 재산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54억여원의 과징금 납부명령 전부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산은캐피탈은 사모사채 인수기간중인 2004년4월 발행금리 8%의 무보증공모사채를 발행했다"며 "이 공모사채는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제376회차 사모사채와 발행일자가 근접하고 무보증이라는 점이 같은 반면 만기는 더 짧아 금리가 낮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376회차 사모사채의 인수금리인 5.86%보다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산은캐피탈은 사모사채 인수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음에도 산업은행은 아무런 담보를 제공받지 아니한 채 제376회차 사모사채를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376회차 사모사채를 제외한 나머지 6회의 사모사채 인수행위는 기준이 되는 공모사채 발행일자와 상당한 간격이 있는 등 지원행위 해당여부를 판단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정위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과징금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에는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처분기한 5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공정위는 산업은행이 2004년3월부터 2005년3월에 걸쳐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모사채를 정상금리보다 낮은 4.79~5.86%의 금리로 사들였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8월 154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산업은행은 9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