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적인 말을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당사자의 측근에게 해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이들을 통해 말이 퍼졌다면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권순엽 판사는 최근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목사들에게 기독교단체 대표인 A씨에 대해 "악신 들린 사울왕 같다"는 말을 한 혐의로 기소된 목사 B씨에 대해 벌금 50만원형을 선고했다(2014고정2153).
권 판사는 판결문에서 "B씨는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목사 C씨 등이 A씨의 측근들로서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C씨 등이 A씨와 친·인척관계 등 친밀한 관계도 아니고, 이들을 통해 그 표현이 널리 알려졌으므로 전파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성경에 나오는 사울왕은 권력에 눈이 어두워 사위인 다윗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부상당한 몸으로 피신한 산에서 자살한 비극의 왕으로, B씨가 A씨에 대해 '성경에 나오는 악신들린 사울왕 같다'고 말한 것은 A씨의 인격을 경멸하는 추상적인 가치판단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B씨는 "C씨 등은 A씨 측근이라 전파 가능성이 없다"며 "C씨 등이 A씨에게 지시를 받고 A씨의 임기 연장을 위한 정관변경에 협조해달라고 해 이를 나무라기 위해 말한 것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