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당국의 사전승낙 없이 대학구내에 들어가 파업행사 등을 벌인 경우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노조파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집회나 시위, 농성이 주로 대학 또는 종교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판결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시위문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李揆弘 대법관)난달 25일 대학구내에 진입해 파업을 벌였다가 업무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35) 등 철도노조원 13명에 대한 상고심(2003도2108)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판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그 곳에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당시 부산대학교가 퇴거를 요구하며 단전·단수조치까지 취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노조원들이 대학구내에 들어올 당시 대학측은 이미 노조원들의 대학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피고인들에게는 건조물침입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노조측이 부산대학교총학생회로부터 학생회관의 사용승낙을 받았다거나 또는 다수자가 참가하는 파업의 경우 종래 대학구내를 이용하는 것이 용인돼 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씨 등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철도산업 민영화 방침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노조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부산대학교에 진입해 파업전야제를 가진데 이어 근무시간에도 부산지부 소속 노조원 2천5백여명을 대학에 집결시켜 업무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상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건조물침입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