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도 장애가 있다면 우리 국민처럼 장애인으로 등록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형천 수석부장판사)는 파키스탄 출신 난민 미르(11·사진 오른쪽·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군이 부산 사상구를 상대로 낸 장애인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2017누2233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미르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건너와 난민 인정을 받은 아버지의 초청으로 2015년 4월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입국해 두달 뒤 난민 지위 및 체류자격(F-2)을 얻었다. 뇌병변 장애(1급)로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게 된 미르는 학교 통학 및 병원 통원을 도울 활동보조인 등을 지원 받기 위해 사상구에 장애인 등록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인권단체 '이주민과 함께'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지원했다.
재판과정에서 미르 측은 "난민 인정자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직접적 권리가 있다"며 "난민을 다른 외국인보다 불리하게 취급한다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상구는 미르의 체류자격(F-2)은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난민은 (단순히) 고향과 조국을 등진 외국인이 아닌 보편적 가치를 침해 당한 피해자 또는 피난처를 필요로 하는 이재민"이라며 "헌법상 기본권 규정과 난민법 제정 취지에 부응해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법은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사회보장기본법의 제한규정 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사회보장제도 관련 관계법령이 다양·다기하므로 개별적 문구·내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거나 난민 적용 배제 근거가 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민인정자인 미르가 장애인복지법 규정에 따른 외국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등은 재외동포 및 외국인은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그 대상을 재외국민, 외국국적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난민법 제30조와 31조 등은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난민 협약에 따른 처우를 받으며,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 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르되,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1심은 사상구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난민법은 난민인정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정하고 있지만, 사회보장수급권은 입법에 따라 형성되는 법률적 차원의 권리"라며 "구체적 입법 조치 없이 일반규정만으로는 난민인정자에게 장애인 등록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곧바로 도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한정된 국가재정을 고려해 난민 장애인 아동에게 복지서비스 지원을 배제한 것이 평등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