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박시환 전 대법관을 상습협박한 혐의(폭처법상 상습협박)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모(54)씨가 "증거채택 여부를 법원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형사소송법 제295조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바403)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자신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기각당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 제27조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절차적 기본권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이 인정된다"며 "증거신청에 대해 법원이 재량으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소송절차의 신속·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소송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증거가 제출·조사됨으로써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 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증거결정의 법적 효과는 종국재판에 대한 상소로 다툴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에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해 재량권을 부여하는 형소법 제295조와 제296조2항의 규정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20년 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해온 이씨는 자신이 법률적으로 조언한 사건이 원심에서 일부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불만을 품고 2007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16차례에 걸쳐 대법원 판결의 주심인 박 대법관을 협박한 혐의로 2008년 10월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