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발행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 곧바로 상장유예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은 무효라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성지용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A주식회사가 "신주발행무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상장유예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2011카합113)에서 효력정지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거래소가 제정한 상장규정은 법률규정에 근거를 두고 상장법인 내지 상장신청법인 모두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규정으로 실질적으로 규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신주발행의 효력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되기만 하면 해당 상장신청법인의 상장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의관념에 반하거나 다른 법률이 보장하는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해 상장신청법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써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효력정지로 인해 A사는 자금조달계획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돼 금융기관으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신용하락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신주인수인들에 대한 투자계약 등에 따른 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돼 결국은 그에 따른 법률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그 방지를 위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사의 상장절차이행신청에 대해서는 "신주에 대한 상장절차가 바로 이행될 경우 곧바로 증권시장에 유통돼 불특정다수의 제3자가 거래에 참여함으로써 이후 신주발행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원상회복은 현저히 곤란해 신청을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A사는 지난 2월10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결의를 하고 같은달 상장예고공시를 했다. 그러나 같은달 15일 A사의 소액주주들은 신주발행이 경영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과도한 할인율이 적용됐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무효소송(2011가합14157)을 냈다. 그러자 한국거래소는 A사의 신주발행에 대해 증권상장규정상의 '신주발행의 효력에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신주 상장유예결정을 내리자 A사는 가처분신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