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는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기존의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음란물로 판단한 대법원의 판례를 따르지 않은 것이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청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여성의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판매한 혐의(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성인용품점 주인 A(52·여)씨에 대한 항소심(2013노1086)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인이 모조 여성 성기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모조 여성 성기가 비록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더라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성용 자위 기구가 실제 여성 성기와 차이가 있는 경우에 음란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그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자위기구의 본질적 기능과 목적에 비추어 실제로 유사한지 여부가 음란성의 기준이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10월 대법원은 남성 성기 모양의 여성용 자위기구에 대해서는 음란물에서 제외한 반면, 2003년 5월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해서는 "사회통념상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음란성 여부는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기존의 유교 관념에 따라 폐쇄적으로 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건전하게 성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이 모조 여성 성기의 활용과 같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하는 것은 시대상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여성 성기 모양의 자위기구를 판매 목적으로 진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