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철회하지 못하도록 한 이동통신사 약관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단체가 제기한 소비자단체소송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사건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다214746).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지 않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5년 12월 SKT와 KT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LGU+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1심 원고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이 통신사들을 상대로 소비자권익침해행위라면서 중지·금지를 구하는 것은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제6조 제2호의 소비자가 계약 철회·해지 등을 주장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유지시키는 행위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구체적으로 △팩스, 우편으로 해지신청을 하는 경우 신분증 사분을 요구하는 행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청약철회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중지·금지를 요구했다.
1, 2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약철회권 행사 제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선이 개통된 이상 이동통신서비스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해 소비자는 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의 일부가 사용 또는 소비돼 소멸했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소비자가 회선 개통 후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때까지 이동통신서비스를 사용·소비함으로써 가치가 소멸되거나 감소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동통신서비스 계약에서 제공 예정된 전체 이동통신서비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부분으로 사업자는 이동통신서비스 상당 부분의 가치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제한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기본법 및 전자상거래법 등의 입법취지와 청약철회권 제도의 목적 및 내용을 고려할 때, 청약철회권의 제한사유가 존재하는지 및 그러한 제한사유 해당 사실에 대한 표시의무를 다했는지를 사업자가 모두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지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주장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역시 같은 단체가 KT를 상대로 낸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2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다287034).
대법원은 "소비자로서 단말기지원금 등의 반환을 감수하고서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철회하는 것에 주저하게 될 것이므로 사실상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효과가 초래된다"며 "단말기 구매계약과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이 함께 체결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경우,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의 청약철회권이 보장되기 위해선 단말기 구매계약의 청약철회권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말기 구매계약에 대해 청약철회권 제한사유가 있다고 보더라도, 그런 사실이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곳에 명확하게 표시돼야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제한을 인정할 수 있다"며 "단말기 구매계약의 특수성을 반영한 청약철회 제한사유가 기재돼 단말기 구매계약과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함께 체결한 소비자가 이를 숙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지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