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구금된 피고인이 구치소장을 통해 항소장을 냈는데도 집으로 접수통지서를 보낸 후 송달이 안되자 공시송달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은 채 궐석재판으로 끝낸 법원의 무성의한 송달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평가된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다방에서 행패를 부리다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궐석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서모(40)씨에 대한 상고심(2007도4413)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은 소송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위반되는 공시송달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1심의 정시재판청구 이유서에서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다고 진술했고, 항소장을 구치소장을 통해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구치소에 송달해 봤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주거 등을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없이 판결한 조치는 형소법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2005년 5월 술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방의 화분 등을 깨뜨린 혐의로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씨는 다른 사건으로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여서 구치소장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으나 법원이 수차례 주소지로 송달하고 송달불능되자 공시송달을 한 뒤 궐석재판을 통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하자 상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