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이 상공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토지를 취득한 소유자가 한전을 상대로 송전선철거청구를 하더라도 이는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무제·趙武濟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김모씨가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등 청구소송 상고심(☞2002다17494)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지 위에 송전철탑이 설치돼 있는 사정을 알면서 대지를 매수했다 하여 매수인이 그와 같은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상태를 용인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그 토지 사용을 위한 물권 또는 채권을 가지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피고의 사용, 수익을 용인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토지상공에 송전선이 설치돼 있는 사정을 알면서 그 토지를 취득했다고 해서 그 취득자가 그 소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을 용인키로 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취득자의 송전선철거청구 등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97년 울산 울주군의 임야 3만8천여 평방미터를 매수한 김씨는 한전을 상대로 임야에 설치돼 있는 송전철탑과 송전선을 철거하고 차임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해 원심에서 "피고는 송전탑 철거와 함께 송전탑이 차지하고 있는 임야를 인도하고 부당이득금으로 2백16만여원 및 2002년 1월부터 매달 3만2천원씩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