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에서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부실징후기업에 신용공여를 하기로 의결하고 이행 약정을 했더라도 협의회의 구성원인 다른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신용공여 이행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최근 ㈜우리은행과 ㈜진흥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을 상대로 낸 신용보증통지 가처분신청 재항고 사건(2013마1998)에서 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제17조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채권재조정, 신용공여 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8조1항은 협의회는 의결을 거쳐 부실징후기업과 해당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계획의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용공여 계획의 수립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은 협의회와 부실징후기업 사이의 이행약정에 포함될 경영정상화계획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채권금융기관 사이의 신용공여 계획 이행에 관한 청구권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신용공여 계획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을 이행하지 않는 채권금융기관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제21조에 따라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협의회의 의결 자체로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신용공여 계획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행약정에 정해진 사항이 채권재조정과 같이 이행약정 자체로서 권리·의무를 설정하거나 변경·소멸시키는 것에 해당하지 않고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체결에 의한 신용공여와 같이 향후 별도의 계약 체결을 예정한 계획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행약정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행약정만으로 경영정상화계획으로 예정된 별도의 계약이 체결된 것이나 다름없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실징후기업이나 채권금융기관이 이행약정에 기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신용공여 계획의 이행으로서 대출계약 등을 체결하거나 그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도록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진흥기업은 2011년 2월 채권은행자율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채권은행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됐다. 우리은행은 협의회 주채권 은행이고, 신용보증기금은 협의회 구성원이다. 진흥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절차가 진행되던 중 2011년 4월 제2차 협의회가 개최돼 진흥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900억원 지원 안건을 포함해 7건의 경영정상화계획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신용보증기금은 신규자금 지원 안건에 대해 반대했지만, 다른 채권은행들의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다.
신규자금 지원결의에서 신용보증기금의 분담액으로 정해진 100억9000만원에 대해 진흥기업은 우리은행을 상대로 대출신청을 했고, 우리은행은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을 조건으로 대출 승인을 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서 발급을 거부했다.
1·2심은 "채권금융기관이 협의회에서 결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해당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결의에서 정한 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고 다만 해당 채권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규정만 있다"며 기각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