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영상의 내용이 아동·청소년의 성교행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면 영상물 배포자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법(아청법)을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사한 사안에서 아청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청법 적용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 판결이 처음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4일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모(34)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4503)에서 벌금 300만원에 성범죄 재발방지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구 아청법은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성적 행위를 하는 하는 내용의 영상을 배포한 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현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배포한 자는 징역 7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주된 내용이 아동·청소년의 성교행위 등을 표현하는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등장인물이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해 주어진 여러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라야 한다"며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2년 8월 교복을 입은 여자 청소년과 성인 남성이 성행위를 하는 음란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동영상 촬영장소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모텔이고 등장인물의 몸에 과도한 문신이 있어 아동·청소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교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학생으로 연출된 인물이 음란한 행위를 하는 동영상은 일반인에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1년 9월 개정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따르면 실제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배포한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