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자사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며 장기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노조 집행부가 항소심에서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정보도의 의무를 지키기 위한 기자들의 파업이 합법적인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한 언론사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책무와 관련이 깊고 그러한 의무를 지키기 위한 파업은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확립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MBC 총파업을 주도했다가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영하 위원장 등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 5명의 항소심(14노1664)에서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한 이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이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 의무는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법 등 여러 법적 규율 및 MBC의 단체협약 등을 보면 공정방송의무는 사업자인 문화방송뿐 아니라 취재, 제작 등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문화방송 구성원들에게도 부여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측의 여러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준수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의무적 교섭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못해 근로환경이나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됐을 때 부득이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법이 규정한 근로조건 분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회사 출입문 현판과 로비 기둥에 유성페인트로 글귀 등을 써놓는 등 재물을 손괴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100만원 등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도 재물손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