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부터 갖고 있었던 지병이더라도 평소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군복무 중에 악화됐다면 직무중 상이로 봐야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의병전역한 김모(22)씨가 경주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취소소송 상고심(2009두1459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무수행과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봐야한다”며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질병이 훈련 또는 직무과중 등의 원인으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입증된 경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입영신체검사에서 정상판정을 받고 입대해 포병훈련을 정상적으로 받았고 자대에 배치돼 단기간이나마 근무까지 했다”며 “원고의 상이는 비록 악화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없더라도 평소 일상적인 활동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 불완전 파열상태에 있던 것이 포병으로서의 직무수행으로 말미암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완전파열상태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상이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 2006년 입대해 포병으로 복무한 지 석달이 됐을 무렵, 포를 견인하거나 지면에 고정하는 데 사용되는 다리부분 즉, 가신을 들다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좌측 무릎 연골파열’ 진단을 받고 연골절제술을 받은 뒤 의병전역을 했다. 제대 후 김씨는 경주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지만 “입대하기 2개월 전에 이미 진단을 받은 기존질환”이라며 “직무수행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김씨는 법원에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2심은 “김씨의 군복무가 입대 전 이미 진단받은 상이를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킬 정도로 과중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