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육류담보대출 사기를 당해 회사에 3800억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감봉 처분을 받은 동양생명 퇴직 임직원이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A씨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징계통보처분 취소소송(2019구합5522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동양생명은 2018년 이른바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조치를 받았다. 2016년 말 육류가격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중복으로 설정하는 수법의 사기대출이 이뤄졌다. 이 사건으로 동양생명은 38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동양생명은 수입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차주(借主, 돈을 빌려가는 사람)의 신용상태 및 담보물 실재성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A씨는 2012~2017년 동양생명 자산운용본부장으로 근무했는데, 당시 수입육류담보대출과 관련된 대출 심사, 취급 및 관리 업무를 맡았다. 금감원은 A씨를 비롯해 당시 관련 업무를 맡았던 동양생명 관계자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리면서, A씨에게는 '퇴직자 위법 부당사항(감봉 상당)'의 조치를 요구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청구를 냈지만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산운용본부장으로 부임한 무렵인 2012년 말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합계 761억원정도였으나, 2016년 말을 기준으로 한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380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며 "육류담보대출은 이 사건 사기대출로 전액 부실화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 사기 범행은 결과적으로 (A씨의 징계처분 사유인) 재무 신용상태가 불량한 차주에 대한 대출 및 사후 대처 미숙, 담보물 확인 관리 소홀, 부실대출 상품의 도입 및 확대가 그 원인 중 하나"라며 "이 같은 대출업무과정에서 발생한 A씨의 비위행위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육류담보대출 관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 등을 수행했다'고 주장하지만, 그와 같은 조치가 실제 이뤄졌는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 직원이었던 자가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감봉 상당의 조치 요구를 받은 경우 요구일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되지 못하고, 5년간 금융회사의 준법감시인 역시 될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하지만,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규정"이라며 "A씨의 비위행위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일부 자격 제한은 충분히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