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이 비위 의혹이 제기된 국가대표 감독을 징계했다가 불복소송에 휘말려 패소했다. 법원은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징계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맹의 상벌위원회 위원 자격 규정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자격 요건을 폭넓게 해석한다 하더라도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원이 징계 심의 과정에 관여해 절차상 위법이 크다면서 징계 처분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2-2부(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소송(2019나2045976)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0~2016년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다. A씨는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선수들에게 물품을 강매하고, 의료기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2018년 4월 연맹 법제상벌위원회가 열렸고, A씨는 제명됐다. A씨는 "징계사유는 모두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징계 역시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돼 절차상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고, 일부 선수들을 본인 동의도 없이 건강보조식품회사 회원으로 가입시켜 수당을 챙긴 사실이 인정되므로, 징계 사유의 존재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장애인사이클 연맹 감독
징계 패소판결
그러나 "연맹의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은 위원의 자격을 '법률전문가, 체육전문가, 권익보호전문가, 여성, 장애인선수 출신 등'이라고 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지에 관한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지 않아 위원들의 자격 여부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위원회에 3명의 위원이 출석했는데, 이 중 1명은 장애인선수 출신으로 운영규정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1명은 시민운동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권익보호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고, 또다른 1명도 의료기기를 수입·판매하는 사람으로서 권익보호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시민운동 경력자를 권익보호전문가로 본다고 해도 운영규정의 취지와 목적에 비춰 그에 준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위원회 구성 자체에 위법이 있다 할 것"이라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의료기기 수입자가 위원회에 참석해 의결에 관여했다면 결의에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