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3월 28일(목)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인권보장
검색한 결과
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국가배상
민사일반
대법원, 원고 일부승소 확정
[판결] 국정원이 접견교통권 방해… 국가에 배상 책임
피의자가 변호인과의 접견을 거절했더라도 그 의사가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변호인 접견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같은 경우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면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으므로 국가는 변호인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장경욱(51·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 등 5명이 "국가정보원이 접견교통권을 침해했으니 300만~100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다266736)에서 "국가는 장 변호사에게 500만원 등 변호사 1인당 100만~5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유씨의 변호를 맡은 장 변호사 등은 2013년 유씨의 부탁을 받고 국정원에 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 신청을 수차례 냈으나 거부당하자 법원에 변호인 접견 거부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해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후 장 변호사 등은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법령에 의하지 않고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 전부터 선언해 온 확고한 법리로서 변호인의 접견 신청에 대해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숙지해야 한다"며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접견 불허 결정을 한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 진술서만으로 접견신청 불허는 정당한 직무집행 될 수 없어 이어 "유가려씨가 처음 변호인 접견 신청을 거부하고 진술서를 작성하기는 했으나 유씨가 북한에서 자랐고 대한민국에 입국해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누구와도 접촉이 금지돼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진술서 등을 작성하거나 녹화할 때 수사관이 미리 준비한 서류를 기초로 답변을 연습하거나 베껴 써서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점을 볼 때 유씨의 접견교통권 거부가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유씨가 국정원 수사관에게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진술서를 작성한 것만으로는 국정원이 변호사들의 접견 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정당한 직무집행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수사관은 유씨가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녹화하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는 국정원이 유씨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나아가 국정원 수사관은 변호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유씨의 진술이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그 진의가 의심된다는 점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변호인과 유씨의 접견을 잠시라도 허용함으로써 유씨의 진의와 진술의 임의성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국정원장이나 국정원 수사관의 직무집행에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헌법은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 교통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러한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구속된 피의자의 인권보장,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특별히 법령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변호인 접견 교통권을 별다른 근거 없이 자의적인 해석만 가지고 제약해 그 기간 동안 유가려씨로부터 국정원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는 등 불법성이 적지 않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가배상
접견교통권
국정원
이세현 기자
2019-01-14
노동·근로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성희롱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 사람들의 평균적 눈높이서 판단해야"<br>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 갖추고 2차 피해 우려 피해자 입장 유념해야"<br> 교원소청심사위 상대 해임결정처분 취소 청구사건… 교수 승소 원심 파기
[판결] 대법원, 성희롱 사건 심리·판단기준 첫 제시
우리 사회에 미투(Me Too)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의 입장을 유념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아 주목된다.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학생이나 여직원 등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눈높이에서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성희롱 관련 사건의 심리와 증거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대학 교수인 장모씨는 평소 소속학과 여학생들에게 "뽀뽀를 해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거나 "엄마를 소개시켜 달라"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수업시간에 여학생들에게 백허그(뒤에서 안는 자세) 자세로 지도하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해임당했다. 장씨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장씨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여학생들을 상대로 반복적·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하고서도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비위를 축소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회유하는 등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면서 A대학의 해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실습실에서 백허그 행위가 일어났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고, 피해자 중 한 명이 익명으로 한 강의평가에서 장씨의 교육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성희롱 발생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들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도 "친구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성희롱 사건을 신고하게 된 것"이라며 "자신의 피해사실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진술을 거부하면서도 친구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는데, 이를 성희롱 내지 성추행 피해자로서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장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소송(2017두7470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희롱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따라서 성희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며 "장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가해자가 교수이고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 그 행위가 수업이 이뤄지는 실습실이나 교수의 연구실에서 발생했고 학생들의 취업 등에 중요한 교수의 추천서 작성 등을 빌미로 성적 언동이 이뤄지기도 한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특별한 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피해사실에 관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거나, 장씨의 행위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봐 성희롱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성희롱 소송의 심리 및 증거판단에 대한 법리를 제시한 첫 판결"이라며 "향후 모든 성희롱 관련 사건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희롱 피해자의 인권보장 및 권리구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13일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여성변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성희롱 관련 소송에서의 심리와 판단이 남성 중심의 성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획기적인 기준점을 제시한 것으로, 성폭력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 중심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부당한 피해에서 벗어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해임
교수. 미투
성희롱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이세현 기자
2018-04-13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국정원 합신센터, 변호인 접견제한은 위법… 1000만원 배상해야"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가 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므로 국가가 이들 변호인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허윤 판사는 지난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장경욱(47·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 등 변호사 5명이 "국정원 합신센터가 유우성(35)씨의 여동생 가려씨의 변호인 접견을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단5060125)에서 "장 변호사 등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 제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구속된피의자의 인권보장,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특별히 법령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된 피의자와 같은 지위에 있는 유가려씨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불허는 유가려씨가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형식적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더라도 위법"이라며 "국가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 당한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 기관인 국정원이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별다른 근거 없이 자의적인 해석만 갖고 제약해 그 기간 동안 유가려씨로부터 국정원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적지 않다"며 "변호사들이 접견교통을 시도한 횟수와 기간, 국정원의 불법을 바로 잡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던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았던 장 변호사 등은 유씨로부터 동생인 유가려씨가 2012년 10월 입국한 이후 북한이탈주민 임시보호시설인 국정원 중앙합신센터의 독방에 구금돼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 변호사 등은 2013년 2월 수차례에 걸쳐 유가려씨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지만 국정원은 "유가려씨가 변호인 접견을 원치 않는다", "유가려씨는 피의자가 아니기에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라며 모두 거부했다. 이에 장 변호사 등은 "변호인 접견 거부는 위법하다"며 법원에 준항고했고, 법원은 지난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정원은 이후 합신센터의 명칭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꾸고 언론에 관련 시설을 공개했다. 또 인권침해 오해를 없애겠다면서 조사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기로 했으며, 법률전문가를 '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한편 유우성씨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는 1, 2심 모두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유우성씨는 별건 기소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서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국정원
방어권
인권보장
간첩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유우성
접견제한
접견교통권
이장호 기자
2015-09-22
행정사건
"장관이 재의요구 요청기간 넘겨 재의요청…제소요건 못 갖춰"
대법원, 서울시의회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각하
대법원 특별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은 28일 교육부장관이 서울특별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2012추15)에서 "교육부장관은 원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학예에 관한 시·도의회의 의결사항에 대한 교육감의 재의요구 권한과, 교육부장관의 재의요구 요청 권한은 별개의 독립된 권한"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부장관의 재의요구 요청기간은 교육감의 재의요구기간과 마찬가지로 시·도의회의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교육부장관이 자신의 독립된 권한인 재의요구 요청을 하지 못할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조례안의 이송일부터 재의요구 요청기간인 20일이 경과했음이 명백한 2012년 1월 20일에 비로소 서울시교육감에게 재의요구를 요청했으므로, 이 소송은 제소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직하던 지난해 1월 26일 학생 인권보장 원칙을 천명하면서 교내 집회 허용, 두발·복장 자율화, 학생인권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을 공포했다. 교육부는 곧바로 "조례에 사회적으로 미합의된 내용이 다수 담겨있고 상위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 내용도 많으며 공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지방자치법상 교육부장관은 시·도 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할 수 있고 교육감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 대법원에 직접 제소할 수 있다. 소송은 대법원에서 단심 재판으로 끝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교육부장관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사건에서 "서울시교육감이 재의요구를 따르지 않고 학생인권 조례를 공포한 것은 교과부장관의 권한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2012헌라1).
서울특별시의회
학생인권조례
교육부장관
곽노현
서울학생인권조례안
좌영길 기자
2013-11-28
형사일반
2005년 개정… 실무서 발생한 처벌공백 처음으로 정면 돌파<br> "사후적 경합범의 刑 감경할 경우 刑의 절반만 감경은 부당"<br> 형법 제55조1항 기준 초과해 감경… 대법원의 최종 판단 주목
서울고법, 형법 제39조 적극적 해석 '파문'
법원이 사후적 경합범의 형을 감경할 경우 형을 절반만 감경할 수 있도록 한 형법규정은 부당하다며 형법이 정하고 있는 하한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5년 형법 제39조가 개정된 이후 재판실무과정에서 발생한 처벌공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첫 판결이다. 특히 이 판결은 법관의 양형선택재량을 제한하고 있는 법조항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사법적극주의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하지만 법이 규정한 처벌범위를 벗어난 형을 법원이 선고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최근 필로폰을 일본으로 몰래 수출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2009노693)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형법규정에 의하면 김씨가 받을 수 있는 형의 하한은 징역 2년6월이지만, 법원은 법조항 자체가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깨고 형량을 1년으로 대폭 줄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정형에 하한이 규정돼 있는 범죄에 대해 형법 제39조1항에 따른 감경을 함에 있어서는 그 처단형은 형법 제55조1항에 의해 정해지지만 그 하한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형의 면제가 가능한 마당에 감경에 따른 처단형에 하한을 둔다는 것은 사실상 그 하한과 면제 사이에 처벌의 공백을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야할 어떠한 합리적 이유도 없는 만큼 이 경우 하한의 절반만 감경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5조1항(감경의 기준조항)의 제한에 따르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김씨는 이번 사건으로 기소되기 전에 이미 마약을 중국에서 몰래 수입한 혐의 등으로 징역 7년형을 확정받은 상태였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김씨처럼 수출과 수입을 상습으로 할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필로폰을 중국에서 수입해 일본으로 수출한 혐의를 받았지만, 대법원판례가 수입과 수출을 개별 범죄로 판단하고 있어 각각 기소됐다. 사후적 경합범이 된 김씨는 밀수입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전과가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가중처벌을 받았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일부 무죄가 인정돼 형량이 7년으로 줄었다. 한편 이번 재판을 받은 밀수출 혐의부분은 이미 김씨가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 고려돼 1심에서 법정형(징역 5년 이상)의 절반인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 ‘사후적 경합범’의 인권보장 위해 2005년 형법 개정= 형법 제39조는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그 죄에 대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해서는 다시 판결을 선고할 수 없기 때문에 판결을 받지 않은 죄에 대해서만 별도로 형을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에는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와는 달리 수개의 형이 선고된다. 따라서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 각 죄에 대한 형의 합계는 1개의 형이 선고되는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보다 불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2005년 7월29일 개정된 형법은 사후적 경합범에서 판결을 받지 않은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동시적 경합범과의 형평을 고려해 후단에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취지는 피고인의 책임없는 사유로 재판이 분리되는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 각 형들의 합계가 동시적 경합범에 비해 불리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므로 피고인의 인권보호와 헌법상 평등권 보장차원에서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에도 판결확정 전후의 범죄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경우와 비교해 형량의 차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이념상 타당하고 법관의 양형재량권 보장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통상 두개의 형을 받는 경우 그 합계가 하나의 형을 받는 것에 비해 30% 정도 가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후단에 의해 형을 감경할 경우, 형법 제55조 법률상 감경규정이 적용돼 이번 사건과 같이 유기징역의 경우에는 처벌범위의 상한과 하한이 모두 절반으로 준다. 즉 형기가 1/2로 주는 것이다. ◇ 처벌상 공백 발생… 피고인에 불리= 하지만 제39조에 따라 형을 감경할 경우 정해지는 형의 하한이 면제할 경우의 형보다 높은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면제할 경우 정해지는 형과 감경할 경우 정해지는 하한 사이의 부분만큼 처벌상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관은 현행 법규상 그 부분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된다(그림 참고). 예컨대 작량감경이 없다고 가정할 때, 갑이 범한 2번의 강도행위가 동시에 기소돼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법관이 처단할 수 있는 형의 범위는 하한은 3년, 상한은 22년6월이다. 형법 제38조1항 제3호 (동시적)경합범 처벌례에 따라 상한의 1/2까지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15년+7년6월=22년6월). 그러나 갑이 먼저 A죄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고 난 뒤 갑이 또다시 B죄로 기소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형법 제39조1항이 A죄와 B죄를 동시에 판결하는 경우(실체적 경합)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선고하게 하면서도 그 형을 55조1항에 의해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할 경우에는 A.B범죄 전체 형량의 하한이 3년이 되지만, 감경을 선택할 경우에는 하한이 4년6월(3년에서 1/2을 가중할 경우)이 된다. 즉 갑이 A죄와 B죄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처단형의 범위는 3년~22년6월(B범죄의 형을 면제받는 경우) 또는 4년6월~22년6월(B범죄의 형을 감경받는 경우)이다. 3년~4년6월 사이의 형은 선고받을 수 없게 돼 있다. 동시적 경합범에 비해 중한 형벌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고법은 이번 판결에서 “이럴 경우 형법 제55조1항의 제한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하한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법개정 과정 때 법무부 반대로 법원행정처 의견 무산돼= 서초동의 모 변호사는 “제39조 후단의 ‘감경’이 일종의 법률상 감경임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형법 제55조1항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적지않은 해석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형법개정 심의과정 중에 제출된 법원행정처의 수정제안은 제39조1항 후단에는 ‘형법 제55조1항의 감경한도 이하로도 감경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국회법사위는 일단 이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여 국회는 이를 의결했다. 모 변호사는 “실제 재판시 법관이 형평을 고려해 양형을 판단한 결과 형의 면제는 곤란하지만 형법 제55조1항 법률상 감경 이하로 감경해야 할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 형법 제39조1항 후단의 감경은 형법 제55조1항의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감경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해석해야만 피고인의 헌법상 평등권 등 기본권과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보장하려는 법개정의 취지와 이념이 충실히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적 경합범= 동일인이 지은 수개의 죄 중에서 일부만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확정된 범죄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 사이의 경합관계를 말한다(형법 제37조 후단). 이 경우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수개의 죄로 기소돼 한꺼번에 판결이 확정될 수 있는 동시적 경합범(동법 제37장 전단)에 비해 형이 무거워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형법 제39조1항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후적경합범
필로폰
밀수출
동시적경합범
경합관계
적극적해석
김소영 기자
2009-07-10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인터넷 댓글 전부로 보면 비방목적 인정 안돼”
판결기사
2024-03-09 15:03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등록사항정정의 대위신청과 관련된 법적 문제
서보형 한국국토정보공사 변호사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Voice Of Law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