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 해산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 자진해산 명령에 불응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모(50)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7193)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산명령 제도는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이미 진행 중인 집회나 시위의 해산을 명하기 위해서는 해산을 명하는 법률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 또는 참가자 등이 해산명령이 적법한지를 제대로 다툴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산명령을 할 때는 해산 사유가 집시법상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지돼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이 이 사건 집회가 '집회금지장소에서의 옥외집회'라는 이유로 자진해산 요청 및 해산명령을 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009년 4월 노사모 회원 150여명은 서울 서초동 모 식당 앞 도로에서 당시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집회자들에게 자진해산 요청을 했으나, 따르지 않자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했다. 하지만 시위가 계속되자 경찰은 노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1심은 노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