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이 신고 내용과 달리 차로를 점거하고 1시간 이상 농성을 벌인 것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은 집회·시위가 신고 내용과 달라 교통을 방해했더라도 당초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도로를 1시간 이상 점거하고 폭력적 수단까지 동원한 것은 '현저한 일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2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재능노조 조합원 유모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11428)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회 또는 시위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해 도로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집회는 신고된 내용대로 일부 진행되기는 했지만 당초 행진 신고가 돼 있던 장소와 달리 장시간에 걸쳐 연좌농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폭력적 수단까지 수반됐다"며 "집회 진행 과정에서의 연좌농성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도로의 통행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씨를 포함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150명은 2009년 4월 30일 11시40분부터 12시45분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정문 앞길에서 '단협파기, 부당해고 재능교육 규탄대회'에 참가했다. 또 같은 날 12시55분께부터 오후 1시10분까지 재능교육 본사 정문 앞을 출발해 혜화경찰서 대학로지구대, 혜화성당을 거쳐 행진했다. 유씨는 같은 날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2시45분까지 조합원 20여명과 함께 재능교육 본사 후문 앞 이면도로에서 연좌농성을 하는 방법으로 차량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조합원 20여명과 공모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좌농성은 집회신고 당시 행진 장소로 신고된 곳으로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연좌농성 과정에서 참가자 중 일부는 재능교육 본사 건물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출동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1심은 유씨가 차로를 점거해 차량 통해를 방해했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연좌농성 장소는 행진 신고가 마쳐진 곳이고, 연좌농성은 이면도로에서 행해져 차량의 통행이 많은 일반적인 주요도로에서 연좌농성이 벌어진 경우와 차이가 있다"며 "농성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했고, 집회로 1시간 15분가량 이면도로를 점거한 것만으로는 신고된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