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최고(催告)의 효력만 가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상실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서모씨가 이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2018다26619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가 서씨를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해 그에 따른 결정이 채무자인 서씨에게 송달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 인정될 뿐이므로, 이씨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를 하는 등 민법 제174조가 정한 절차를 속행하지 않은 이상 그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상실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씨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재산명시신청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6개월 내 후속절차 없으면
시효중단 효력 상실
민법 제174조는 '최고는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서씨를 상대로 건강보조식품 영업 관련 선불금 반환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6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서씨는 이씨에게 432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받았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는 이를 집행권원으로 삼아 2010년 11월 서씨를 상대로 재산명시 신청을 했다. 서씨는 2010년 12월 재산명시기일 출석요구서를 송달받았으나 이듬해 1월 진행된 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도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집행기관 도과를 이유로 사건은 2011년 6월 종국처리됐다.
대법원,
기존입장 재확인…
원고패소 원심파기
이씨는 2017년 5월 서씨를 상대로 다시 재산명시 신청을 했다. 2017년 11월 열린 재산명시기일에서 재산명시가 이뤄지자 이씨는 지급명령을 채무명의로 2017년 9월 서씨의 동산에 대한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서씨는 "지급명령은 소멸시효기간이 이미 경과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이씨는 "재산명시 신청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맞섰다.
1심은 "2010년 재산명시 신청 후 6개월 이내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으므로 서씨의 채권은 소멸됐다"면서 "강제집행은 불허돼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2심은 "재산명시 절차는 다른 강제집행 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라며 "재산명시 절차를 단순히 강제집행의 부수절차로 규정해 잠정적인 시효중단 사유로서 최고의 효력만 갖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같은 2심 판단은 재산명시가 최고의 효력만 갖는다는 대법원 판례(2011다78606)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됐으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