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대표가 지방자치단체의 입찰 정보를 해킹해 공사를 낙찰받아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해당 업체의 의견 청취 등을 하지 않고 입찰자격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A건설사가 봉화군을 상대로 낸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취소청구소송(2014구합1019)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전 대표이사 B씨가 전자입찰 과정에서 해킹을 통해 낙찰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적정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원고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구 행정절차법에서 규정한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 시행령에서도 '재판 등에 따라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돼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재판에 의해 사실관계가 확정됐더라도 의견청취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2007년 6월 A건설사는 봉화군이 발주한 공사를 낙찰받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2월 A건설사 전 대표이사 B씨를 전자입찰 과정에서 해킹으로 입찰정보를 불법취득해 낙찰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봉화군은 올 5월 A건설사에게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않고 입찰참가 자격제한 6개월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등을 하지 않은 채 처분을 했으므로 위법"이라며 소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