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로 재직할 때 정리회사인 A회사가 B회사와 하도급계약 하는 것을 허가한 후 변호사개업 후 B회사의 A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A회사를 대리했다면 대한변협이 ‘견책’의 징계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판사재직시 담당한 사건을 대리한 것이 아니다”며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던 김모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2007구합27455)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허가한 하도급계약이 감액계약에 의해 공사계약금액이 감액되긴 했으나 그외 다른 사항은 당초 계약에 준하기로 돼 있어 하도급계약의 효력이 소멸됐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가 판사로서 재직당시 허가한 하도급계약은 B회사의 A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청구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변호사법 제31조 제3호의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사로서 품위유지, 사건 당사자들의 이익보호, 공정한 재판업무수행 등 공익적 요소와 변호사로서의 직업선택 및 직업수행의 자유 등 사익적 요소를 고려해 재직시 맡은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변호사가 판사재직시 구체적인 계약 등 법률행위의 허가, 허가의 변경 등에 관여했을 경우에는 그 계약과 ‘관련된’ 변호사 직무수행은 제한되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그러나 변호사법 제31조 제3호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의 범위를 판사로서 회사정리사건의 업무에 관여했다고 그 회사의 회사정리절차 진행 중에 있었던 모든 사건에 대해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으로 무한히 확장하여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고는 지난 88년 서울지법민사수석부장 및 민사50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A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사건을 담당했다. 그 당시 A회사가 B회사와 공사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허가했고 그 후 변호사로 나와 B회사가 A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하도급계약에 대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A회사를 대리했다. 이에 B회사는 재직시 관련사건을 담당한 것이라고 대한변협에 진정을 냈고, 대현변협은 원고에게 ‘견책’처분을 내렸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