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예정보다 일찍 울려 피해를 봤다며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24일 A씨 등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이 국가와 서울시, 덕원여고 방송담당 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136948)에서 "국가는 A씨 등 수험생 9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서울시와 덕원여고 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기각했다.
김 판사는 "이 사고는 수능시험 종료령이 정확한 시간에 타종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채 기기조작 미숙과 부주의로 시험 종료령을 예정시간보다 빨리 울리게 한 방송담당 교사의 과실로 발생했고, 이로 인해 A씨 등 수험생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며 "수능 시험관리는 교육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행하는 국가행정사무로서, 공무원인 교사가 수능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며 저지른 위법행위인 이 사고에 대해 국가가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치 못한 혼란한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수험생들은 분명 긴장과 당황을 느꼈을 것이고, 시간 안배가 중요한 수능 특성상 차분하게 집중력을 발휘해 시험을 치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변론 과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국가가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능관리 사무는 국가행정사무이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위법행위는 국가가 진다"며 "교육부장관에게 위임받아 수능관리 사무를 수행한 서울시에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경위에 비춰볼 때 교사의 과실 정도는 정정방송을 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로 볼 수 없다"며 "교사 개인에게도 배상책임을 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2020년 12월 3일 수능이 진행된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는 4교시 수능 탐구영역 시험 도중 종료 종이 2분 가량 일찍 울렸다. 당시 감독관들은 시험지를 수거했지만, 타종 오류를 파악하자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준 뒤 문제를 풀게 했다. 하지만 A씨 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빚어진 혼란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는 등의 손해를 봤다면서 "총 88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 등을 상대로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