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자문을 제공하고 수임료를 받았더라도, 수임계약서상 수수료 귀속자가 로펌이고 지급받은 돈 상당액을 로펌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해당 수임료는 로펌 매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로펌이 서울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2015두55844)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인 B씨는 2008년 C건설사로부터 "회사를 인수할 대상을 물색하고 M&A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C사는 B변호사의 친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B씨는 C사 측의 요청에 따라 C사의 주식을 사들일 대상자를 물색하고 매매대금 액수 조정과 대금지급 방법 협의 등 양자간 요구사항을 조율해 주식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 B씨는 이 일을 동료 변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두 처리했고, 수임료 20억원도 모두 자신의 개인 계좌로 받았다. 한편 B씨와 C사 사이에 체결된 매수자문 용역계약서는 A로펌 명의로 작성됐고, 용역비를 받기로 한 주체도 A로펌으로 기재했다.
이후 A로펌은 이 사건을 B씨 개인 사건으로 보고 수임료 20억원을 로펌 매출로 잡지 않았다. 그런데 역삼세무서가 2012년 A로펌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역삼세무서는 C사 주식매각과 관련된 20억원의 수임료가 A로펌 매출에서 누락됐다며 5억7000여만원의 법인세와 4억여원의 부가가치세 등 총 10억여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A로펌은 "B씨가 개인적 친분에 따라 C사 사건을 맡은 것"이라며 "B씨가 파트너 변호사나 변호사가 아닌 일반 개인 지위에서 주식매각을 알선·중개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인세 등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계약서상 용역비의 귀속명의자는 A로펌이고, A로펌은 용역비의 귀속 명의와 실질이 다르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계약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된 허위 계약서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B씨가 로펌 구성원의 지위에서 사건을 수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받은 자문료 중 상당 금액은 실질적으로 A로펌의 비용으로 사용됐다"며 "주식의 인수대상자 물색 등과 같은 중개행위가 법률사무가 아니더라도 로펌이 기업의 인수·합병에 관한 부수업무로서 그러한 행위를 한 경우 그 소득은 로펌에 귀속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C사 주식매각 사건의 수임계약서가 A로펌 명의로 작성된 점과 B씨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A로펌 명의의 법인카드를 접대비 등에 사용한 점 등을 볼 때 B씨가 A로펌 변호사로서 C사 경영권 인계에 관한 알선 및 중개, 매매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를 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A로펌에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수임계약서가 A로펌 명의로 작성되긴 했지만 이는 업무가 종료된 뒤 사후적이고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용역비가 B씨의 개인계좌로 모두 입금됐고 수령에 관한 영수증도 B씨가 모두 작성한 점 등을 감안할 때 B씨가 개인 자격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용역비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용역비가 A로펌에 귀속된 것을 전제로 한 법인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