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후 무상감자가 이뤄졌는데도 행사가액 조정없이 신주발행이 이뤄졌다면 무효라는 결정이 나왔다.
(주)폴켐은 지난 2007년 이사회결의를 통해 6억5천만엔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는데, 공시된 행사가격은 주당 716원이었다. 사채를 인수한 한누리증권과의 인수계약서에는 주식병합이 있어도 사채권자의 신주인수권 행사가액 상향조정 가능성을 차단하도록 돼 있었지만, 공시자료에는 마치 자본감소나 주식병합이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의 조정사유가 되는 것처럼 기재돼 있었다. 폴캠은 2008년5월 15:1의 무상감자를, 2009년6월 7:1의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한편 한누리증권으로부터 사채를 인수한 피터백사는 2009년 7월~10월 4회에 걸쳐 신주인수권을 행사했고, 폴켐은 주당 557원~924원의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했다.
그러자 주주들은 주식병합(무상감자)으로 조정돼야 할 행사가액(주당 18,712원)에 비해 실제 행사가액이 현저히 낮아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같은해 9월과 10월에 걸쳐 신주상장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손모씨 등 주주 10명이 폴켐을 상대로 낸 신주상장금지가처분신청사건(2009카합3612, 2009카합3826)에서 "폴캠은 본안사건의 판결확정시까지 2009년9월23일에 발행한 보통주 662,944주와 10월16일에 발행한 보통주 280,888주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해서는 안된다"며 인용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발행주식 수를 감소시키는 무상감자의 경우에는 주식감소비율에 반비례해 1주당 가치는 상승하게 되는데, 폴켐의 사채발행조건에 의하면 무상감자에 따라 주식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이와 무관하게 고정된다"며 "자본감소 이후 사채권자는 인수하는 주식대금과 실제 주식가치의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는 반면, 기존 주주는 1주당 가치가 평균적으로 희석돼 손해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다른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조정사유를 고려함이 없이 무상감자만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피터벡사의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한 이득액은 주당 74,464원[=(716원X15X7)-716원]에 이르게 되고, 이는 결국 기존 주주들의 손해로 귀결된다"며 "게다가 신주인수권자와 기존 주주 사이의 손익 불균형이 현저한 수준에 이르게 됐음에도 폴켐은 그 내용을 제대로 공시조차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사채발행과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이익과 회사의 경영권 내지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서, 신주인수권부 사채와 관련된 거래의 안전, 주주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익 등을 고려하더라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라고 평가돼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