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머물면서 청소 등 사찰의 유지·관리 업무를 하는 처사와 보살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 부장판사)는 강원도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이 "처사 A씨를 부당해고했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2015구합66608)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한때 승려였다 환속한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사찰 처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찰에서 거주하며 청소나 보일러 관리 등을 했다. 같은해 11월 A씨는 "사찰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A씨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면서 "해고 당시 서면통지가 없어 부당해고를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주지 스님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수행을 위해 머물며 자율적으로 사찰 유지·관리를 돕고 수고비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찰에 A씨와 같은 처사나 보살이 10여명 있지만 이들은 주지 스님과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업무내용·시간 등 근로조건을 협의한 적이 없고 주지 스님 역시 특별한 업무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처사와 보살들에게 지급된 월 50만∼150만원의 보시금도 근로소득세를 떼지 않았고 사찰이 4대 보험 신고를 한 적도 없는 만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