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근처에 임대주택이 지어진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이모씨 등 14명이 "임대주택 건설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물산(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합60553)에서 "임대주택의 공공성에 비춰 경제적 손실이 있다 해도 감수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패소 판결을 했다. 다만 아파트공사로 인한 소음피해는 일부 인정해 삼성물산은 이씨 등 7명에게 월 4만원 기준으로 총 22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토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임대주택은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개발이익의 조정 등을 위해 일정 범위 내에서 건설되는 것인 바, 도심지역의 개발사업과 함께 반드시 건설돼야 하는 것으로 공익적 성격이 매우 높다"며 "가령 임대주택이 건설됨에 따라 인근 기존 주거지 거주자들이 주관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경제적 손실이 수반된다고 해도 그러한 점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임대주택 건설로 인한 가치하락의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관련 법규를 검토해 보더라도 삼성물산 등이 임대주택 건설과 관련해 인근의 기존 거주자들과 반드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거나 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절차상에 어느 정도 하자가 있다 해도 구제절차를 밟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점을 이유로 해 인근주민들이 관련 당사자들에게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성북구에 위치한 T아파트 주민인 이씨 등은 길음제8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공사소음피해가 생기고, 아파트 인근으로 폭 12m의 도시계획도로를 사이에 두고 임대주택건설이 결정되자 아파트 시가하락의 손해가 생겼다며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