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출제시 오해소지 있는 표현을 사용해 응시자가 출제의도를 잘못 파악한 경우라면 사후적으로라도 '별도의 채점기준'이나 '부분점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정장오 부장판사)는 12일 소방시설관리사시험에 불합격한 이모씨가 "채점이 잘못됐다"며 소방방재청장을 상대로 낸 소방시설관리사자격 제2차시험 불합격처분취소청구소송 항소심(2008누6693)에서 1심대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시험과 관련해 최근에 출간된 다수의 수험서나 교재는 '작동시험방법'과 '작동계속시험방법'을 별도의 항목으로 기술하고 있고 작동계속시험방법을 화재작동시험방법의 범주 아래 포함시켜 서술하는 교재는 그 출간일자가 오래된 데다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시험 교재도 아니다"며 "이씨를 비롯한 응시자들은 문항의 의미를 작동계속시험방법과 구분되는 작동시험방법을 기술하라는 취지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응시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응시자가 협의의 작동시험방법의 기술을 요구하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이를 전제로 답안을 기술했다면 사후적으로라도 별도의 채점기준 및 정답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부분점수를 인정하여 채점하는 것이 시험의 목적이나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시험의 합격기준은 상대평가방식이 아니라 절대평가방식에 의한 것"이라며 "원고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이해한 경우에 대해서 별도의 채점기준 및 정답을 마련하거나 부분점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응시자의 당락여부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 2006년7월에 시행한 제9회 소방시설관리사자격 제2차시험에서 '작동시험방법을 기술하라'는 문제에 대해 작동계속시험방법과 구별해 작동시험방법만을 기술했으나 작동시험방법과 작동계속시험방법을 포괄하여 기술한 경우만 정답으로 하는 바람에 오답처리돼 합격점수보다 2점이 모자라 불합격했다. 이씨는 '시중의 수험서에서도 작동시험방법과 작동계속시험방법을 엄연히 구분하고 있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