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동일한 징계사유로 인해 여러 징계를 받았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각 징계에 대해 따로 소청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경찰관 정모씨가 "부하직원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받은 견책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중랑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소송(2012구합4449)에서 "징계처분 후 30일 이내에 해야 하는 필요적 전심절차인 소청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며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징계처분과 수사경과해제처분의 처분청이 서로 다르고, 수사경과해제처분에 대해 소청심사를 거쳤다고 해도 징계처분의 처분청에 스스로 재고하거나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심판 제기 없이 취소소송을 낼 수 있는 예외사유인 행정소송법 제18조3항 제2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한 징계처분과 수사경과해제처분은 같은 징계사유를 기초로 한 것이지만, 징계처분은 과거 비위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이고 수사경과해제처분은 앞으로 수사업무 적합 여부 등을 심사해 내리는 인사처분이라는 점에서 처분목적이 다르고 심사내용도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행정소송법 규정은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행정처분이지만 공통된 분쟁 사유가 있어 선(先)행정처분에 대한 전치절차를 거친 것만으로도 이미 처분청 스스로 재고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후(後)행정처분에 대해 다시 전치요건을 갖추지 않고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부하직원이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등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고 지시명령을 위반하자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에 서울중랑경찰서 보통징계위원회에서 견책처분을, 지난 1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서 수사경과해제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씨는 견책처분에 대해서는 소청심사를 거치지 않고, 수사경과해제처분에 대해서만 소청심사를 거쳐 기각결정을 받자 지난 2월 소송을 냈다.
행정소송법 제18조3항 제2호는 '서로 내용상 관련되는 처분 또는 같은 목적을 위하여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처분 중 어느 하나가 이미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친 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않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