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거래방지법에는 마약의 가치나 그 자체에 대한 추징보전을 명령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마약류 자체를 추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마약류거래방지법에 따른 추징보전 대상은 마약을 판매해 얻은 수익 등 관련 자금이라는 취지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릴 가능성에 대비해 일체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도록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은 몰수할 수 있으며, 이미 처분해 몰수할 수 없으면 다른 재산을 찾아 추징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검찰이 낸 추징보전청구 일부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2018모3287)에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검찰은 A씨가 대마를 판매하고 받은 400만원과 그가 수수 또는 보관한 대마 중 압수하지 못한 대마의 가액 4000여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가 판매·수령한 400만원에 대해서는 검사의 추징보전청구를 인용했지만, 대마 가액 4000여만원에 대해서는 추징보전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범죄에서 취급한 마약류 자체는 마약거래방지법에서 정한 불법수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마약류 자체가 마약거래방지법이 정한 몰수 대상 재산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그 가액의 추징을 보전하기 위한 추징보전명령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마약류 자체를 몰수 추징할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마약거래방지법에 그에 대한 추징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1,2심도 "마약거래방지법에서 정한 추징보전명령을 하려면 해당 재산이 법이 정한 몰수대상 재산에 포함돼야 하는데 법은 '불법수익',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몰수대상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불법수익'은 관련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 등 자금을 말하고,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은 불법수익의 보유 또는 처분으로 얻은 재산 등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수수, 소지했다는 대마 그 자체는 마약거래방지법이 규정하는 '불법수익'이나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