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회사정리절차를 신청하면 자동으로 상장이 폐지되는 '즉시퇴출제'가 부당하다는 고등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1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확정될 경우 유가증권상장규정의 상장폐지 조항이 무효가 된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이영구 부장판사)는 14일 정리회사 충남방적(주)의 관리인 서모씨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무효확인소송 항소심(☞2006나18022)에서 "충남방적에 대한 상장폐지결정을 무효로 한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가증권상장규정에 자본잠식 등 부실의 구체적인 사유가 있으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는 규정이 따로 있다"며 "회사정리절차 신청 기업이 이런 상장폐지 사유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법정관리 신청만을 이유로 상장을 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정리법은 갱생의 기회를 주는 제도인데 정리절차 신청만으로 상장이 폐지되도록 하는 것은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 것"이라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즉시퇴출제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회사정리법에 따라 회생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즉시퇴출제를 적용하는 것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2002년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은 충남방적은 2004년까지 재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절차를 진행한다는 통보를 받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