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빌린 렌터카를 정비소서 정비한 후 수리비를 내지 않고 그냥 가져갔더라도 권리행사방해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趙武濟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친구가 빌린 렌터카를 반납하지 않고 자신이 갖기 위해 정비를 받은 후 수리비도 내지 않고 차를 갖고 도망간 혐의(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모씨(29)에 대한 상고심(2003도446)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기, 횡령, 무면허운전 혐의에 대해선 원심대로 징역 6월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리행사방해죄는 자기 소유인 물건이 타인의 점유권, 용익물권, 담보물권 또는 채권의 목적이 됐는데도 그 물건을 취거, 은익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경우 성립한다”며 “자기 소유 물건이 아닌 렌터카의 수리비를 내지 않기 위해 정비공장이 점유 중인 차를 그냥 몰고 나온 것은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어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수리비를 내지 않고 그냥 가지고 나온 취거행위는 렌터카회사 소유의 자동차를 자신이 가지려고 정비공장에 맡긴 사기범행의 일부로서 이해되는 것이므로 그 측면에서도 사기범행과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친구가 빌린 렌터카를 반납하지 않고 정비소에서 타이어 · 휠 · 운전대 등을 교체한 후 수리비 4백83만여원을 내지 않고 차를 그냥 가지고 나와 사기, 횡령, 무면허운전,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는 징역 8월을, 2심에서는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돼 징역 6월을 선고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