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자가 신탁자 모르게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대금을 돌려받아 마음대로 사용했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성의 토지매매 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A모씨(48·여)에 대한 상고심(☞2007도766)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귀금속 등 금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피해자와 사이에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은 다음 선의의 매도인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매수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제공받은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의무 만을 부담할 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을 반환받았다고 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금원을 보전, 관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04년 동거하던 B씨가 공장을 옮기기 위해 구입하는 임야의 매수인으로 명의를 빌려줬다. 하지만 A씨는 B씨 모르게 임야매도인에게 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2억6,438만원을 돌려받아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토지대금 부분에 대해서도 횡령죄가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이 혐의 부분에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