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로 이직한 근로자에게는 '준정년 특별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준정년 특별퇴직제도는 인사적체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이 장기근속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기존 퇴직금 외에 특별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씨가 하나은행(옛 한국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퇴직금 소송(2013다20411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1990년 입사해 만 21년간 근무했다. 하나은행의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PB(Private Banker)로 일하던 A씨는 2011년 9월 자신이 일하던 지점에서 3~4㎞ 정도 떨어진 곳에 개점 예정이던 삼성증권 PB로 이직하며 준정년 특별퇴직을 신청했다. 하나은행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하나은행 취업규칙에는 '만 15년 이상 근속하고 만 40세 이상이 되어 정년에 달하기 전에 퇴직하는 종업원에게는 준정년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A씨가 보수퇴직금규정상 '특별퇴직금 지급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된다며 특별퇴직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제도의 취지에 비춰 보면 한참 좋은 실적을 올리면서 왕성하게 일하고 있는 직원이 경쟁업체에서 일하기 위해 은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직하는 경우에는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로 보기 어렵다"며 "동일 지역, 동일 고객군, 동종 업체로의 전직을 위해 퇴직한 A씨에게 준정년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면 하나은행의 매우 중요한 전문인력인 PB의 경쟁업체로의 이직을 유도하게 돼 은행 측의 중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준정년 특별퇴직제도는 재무구조 개선 등이 필요한 경우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명예퇴직제도와는 달리 장기근속한 근로자들이 회사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마련된 상설제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정기간 근속해 요건을 갖춘 근로자는 특별퇴직을 신청해 관련 퇴직금을 받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갖고 있다"며 "하나은행은 A씨에게 특별퇴직금 1억8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