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특허권 남용으로 영업활동에 차질을 빚어온 국내 중소기업이 3년에 걸친 특허소송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국내에서 활동중인 일명 '특허공룡' 성격의 글로벌 기업의 소송 남발을 저지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세계적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에스이가 낸 특허등록무효심결 취소소송(2016후2690)에서 "바스프가 낸 특허는 진보성이 부정돼 무효"라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삼성SDI 납품사인 국내 중소업체 타코마테크놀러지는 바스프와 전자 디스플레이 소재인 '광개시제'를 놓고 특허전쟁을 벌여왔다. 바스프는 지난 2014년 2월 타코마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타코마는 방어권의 일환으로 같은해 5월 바스프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다.
광개시제 세계시장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바스프가 전자재료용 광개시제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는데, 바스프는 지난해 유럽특허청에 특허출원한 기업 '톱10'에 포함될 정도로 강력한 특허정책을 펼쳐와 국내 기업에는 특허공룡으로 여겨졌다. 이번 소송은 국내 중소기업과 바스프 간 특허소송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법무법인 광장(대표변호사 김재훈)과 세종(대표변호사 강신섭)이 타코마 측을, 김앤장 법률사무소(대표변호사 이재후)가 바스프 측을 각각 대리하면서 국내 최상위 로펌간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1심격인 특허심판원은 1년 10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심리 끝에 2015년 12월 "(바스프의 특허는)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고 종래 기술로부터 현저히 우수한 효과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진보성이 부정돼 무효"라며 타코마의 손을 들어줬다(2014당1040). 이에 바스프가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3년간 이어진 분쟁에서 광장은 특허심판원 심결부터 특허법원, 대법원 판결까지 전과정에 걸쳐 타코마를 대리해 변론에 나섰다. 오충진(49·사법연수원 23기), 류현길(51·33기), 유은경(42·변호사시험 2회), 강이강(31·3회) 변호사 등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특허법원 단계부터 지원에 나선 세종은 문용호(59·14기), 임보경(47·30기), 노형래(35·45기) 변호사를 포진시켜 타코마의 승소에 힘을 보탰다.
광장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타코마가 특허침해의 위험요인을 완전히 해소했고, 앞으로 제품의 수요처를 다양화하고 매출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외국 기업들이 보호할 가치가 없는 특허를 이용해 국내 중소기업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로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스프가 타코마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소송(2014가합511536)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