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56·여)씨는 2013년 4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한모씨 등 지인인 남성 3명과 함께 캐디 정모씨의 도움을 받으며 골프를 쳤다.
그런데 이씨는 9번 홀 여성용 티박스 부근에서 티샷을 준비하다 큰 사고를 당했다. 동반한 남성 가운데 한씨가 뒤쪽 남성용 티박스에서 티샷한 공이 이씨의 머리를 향해 날아온 것이다. 이 공에 맞은 이씨는 두개내출혈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이씨가 라운딩을 한 골프장과 체육시설업자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흥국화재는 이씨에게 치료비 등으로 4200여만원을 지급한 다음 한씨와 캐디 정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공을 잘못쳐 이씨에게 부상을 입힌 한씨에게 60%의 책임을 인정했다. 나머지 40%의 책임은 진행을 소홀히 한 캐디 정씨에게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흥국화재해상보험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원서울)가 한씨와 정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7나15705)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한씨는 2500여만원을, 정씨는 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기에 참여하는 골퍼가 진행자이자 심판이 되는 골프의 특성상 경기 시 예상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할 1차적인 책임은 골퍼에게 있다"며 "캐디의 역할은 골프 코스 안내와 카트 운전, 골프가방 운반 등 경기진행을 보조하는 것이고 골프장 내의 안전관리나 골퍼의 생명·신체 보호가 주된 업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씨는 티샷을 하기 전 자신의 공이 날아갈 것으로 예상할 만한 범위 내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한씨가 티샷 전 준비자세를 취하면서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살펴봤다면 이씨가 여성용 티박스로 이동하는 것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정씨도 이씨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거나 한씨의 티샷을 중지시켰어야 하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공동불법행위자인 한씨와 정씨 사이의 책임 분담비율은 한씨 60%, 정씨 40%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