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지인을 소개한 환자들에게 비급여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준다는 포스터 광고를 한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같은 광고를 한 의사에게 유죄임을 전제로 내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위헌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30일 의사 A씨가 자신에게 내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7헌마1217)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씨는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1층 엘리베이터 앞 입간판에 '지인 소개시 기존 환자에게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포스터를 한달여간 게시했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3항이 금지하고 있는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제27조 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다만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범행 경위나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을 고려해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행복추구권 등 침해”
헌재는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의 규정에 의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포스터를 게시한 행위를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 전원일치 위헌 결정
이어 "'금품 제공'은 환자가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으로서 이를 허용할 경우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품권 제공은 A씨의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내지 면제해주는 것에 불과하며 상품권을 환가하거나 유통시키는 등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용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 상품권이 A씨 병원에서 사용되는 것 외에 상품권에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수사도 이루어진 바가 없어 의료법이 금지하는 금품 등 제공 행위에 준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가 된 포스터는 병원 건물 1층에 게시되었고 게시된 기간도 1달에 불과하며 상품권의 사용 용도 등에 비춰봤을 때 A씨의 행위가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히 해할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