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 간부가 고객 돈 20억원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했다가 15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모 은행 전 지점장 이모(57)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2017고합19).
이씨는 2000년 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고객이 맡긴 19억9000여만원을 자기 명의 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1998년 1월부터 이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고객 A씨가 맡긴 17억4000여만원을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관리해 오다 도박 자금 등에 활용하기 위해 A씨의 돈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후 2000년 2월 증액된 위탁금 19억9000여만원을 전액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한 다음, 같은 날 이를 인출해 2002년 2월까지 자신과 타인의 계좌로 이체하고 이를 주식투자와 도박 자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양도성 예금증서를 위조해 외견상 돈이 정상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2002년 2월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사이판으로 출국한 다음 필리핀 마닐라로 도피했다.
검찰은 은행 측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해 여권 무효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이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다가, 최근 필리핀 수사당국과의 공조로 이씨를 검거해 올해 1월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이씨는 도피기간 중 필리핀 국적의 여성과 결혼하고 마닐라에서 여행사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