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투신사가 부실화된 대우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해 투자자의 신탁재산에 편입시킨 것은 고객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투신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柳志潭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전기공사공제조합이 "투신사의 대우그룹채권 매입으로 수익증권 투자손실을 봤다"며 한국투자신탁증권(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2다63572)에서 "피고는 6천7백7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대우그룹채권 등은 상환가능성이 매우 불확실한 것으로서 신탁재산 중 대우채 등의 비율을 상승시켜 수익자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데도 한국투신증권이 당초 다른 투자신탁재산에 속해 있던 대우채 등을 투자신탁에 새로 편입시킨 행위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피고는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우그룹이 한국투신증권 등 채권단에 긴급자금지원요청을 한 99년7월19일 이전과 그 이후 원고가 투자한 신탁재산에 편입돼 있던 대우채 등의 만기를 연장해 그대로 신탁재산에 편입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99년5월 한국투신증권에서 수익증권을 매입했으나 대우 위기가 심화되면서 한국투신증권이 수조원대의 대우채를 신규 매입하거나 만기 연장해 펀드에 편입하고, 이후 금감위가 대우채 환매를 연기하는 바람에 투자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