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할부구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현금을 대출받는 이른바 '차깡' 수법의 사기범에 속아 빚을 떠안은 피해자가 법원의 판결로 빚을 면제받게 됐다.
서울지법 민사항소1부(재판장 문흥수 부장판사)는 19일 정모씨가 강모씨를 상대로 낸 1천4백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2002나35804)에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할부거래법 12조에 의하면 구매계약이 해제된 경우 구매자가 할부금융사에 할부금 지급거절 의사를 밝히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며 "권한없이 피고 강씨를 대신해 '차깡' 업자가 맺은 차량 매매계약은 무효이고 피고도 이 사실을 할부금융사에 통보했으므로 할부금융사는 물론, 할부금을 대신 낸 원고에게도 할부금을 낼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강모씨는 2000년 7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이모씨 등으로부터 대출방법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한 채 인감증명서와 재직증명서를 주고 할부금융회사의 '할부금융 ·제휴할부 약성서'에 인감을 날인해 주었다.
이후 자신이 중고차를 1천4백만원에 할부구입한 것처럼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강씨는 자동차는 물론, 대출금도 받지 못했음에도 할부금융사에서 할부금 납입 통지서가 오자 '자동차를 할부구입한 사실이 없으며 급히 돈이 필요해 달라는대로 서류를 줬던 것 뿐'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할부금을 대신 납부한 원고가 소송을 냈다.
할부금융사 제휴점에서 강씨 돈을 받아 가로챈 이씨는 사기죄로 법원에서 징역 6월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