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 방식으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법원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선고기일이 돼서야 구두로 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했다면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므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노경필 부장판사)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순천지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법원은 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배제결정을 하기 전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하고 배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가능하다"며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도 법원이 배제결정도 하지 않고 통상의 절차로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것은 피고인의 항고권 등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 배제결정도 없이 공판기일을 그대로 진행한 것은 A씨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와 배제결정에 대해 항고할 권리 등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무효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약 A씨가 항소심에서 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1심의 절차적 위법은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있지만, A씨는 항소심에서도 참여재판을 원하고 있으므로 하자를 치유할 여지도 없다"며 "참여재판에 대한 공판절차는 1심법원에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건을 돌려보낸다"고 덧붙였다.
2015년 7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재판진행 중인 같은 해 10월 열린 2차 공판기일에 국민참여재판의사 안내서를 받고 이틀 후 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냈다. 그러나 법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11월 3일 3차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이어 같은 달 19일 열린 선고기일 때 A씨에게 구두로만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고지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