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 등이 있는데도 연락하지 않고 주거지 송달불능 등을 이유로 공시송달을 명령한 뒤 재판을 진행한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에서 공시송달은 휴대전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고인과 최대한 연락해보려고 노력했음에도 피고인의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해서만 허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14910).
A씨는 2016년 9월 무면허 상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8%의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B씨의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조사를 마치고 변론 종결 후 2018년 4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하고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1심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항소권회복 청구를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발송했지만 송달불능되자 공소장에 기재된 A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했다. 그러나 수신정지 상태여서 연락이 닿지 않자 1차 공시송달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후 A씨의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이 닿았고, 이에 재판부는 A씨가 부재 중이라 주소지에서 송달을 받을 수 없었던 점, 보정된 주소가 현재 주소지인 점 등을 확인한 다음 1차 공시송달 결정을 취소했다. 그런데 이후 재판부가 A씨의 보정된 주소로 두 차례 우편송달 및 집행관송달을 실시했지만 모두 송달불능이 되자 2차 공시송달을 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잘못된 전화번호로 한 차례 통화를 시도한 뒤 연락이 닿지 않자 A씨가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 지난해 8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상고권 회복 청구를 했고, 2심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상고심 재판에서는 원심이 A씨와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지 않고 송달불능을 이유로 곧바로 2차 공시송달 명령을 내린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해 할 수 있다"며 "기록상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그 전화번호로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시도를 해야하고,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공시송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2차 공시송달결정을 하기 전 피고인의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해보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한 다음 곧바로 공시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절차를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