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를 목적으로 아파트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을 무단으로 수거해갔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없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가 없는 이상 손괴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절도의 고의는 없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방선옥 판사는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을 찬성하는 내용의 홍보우편물 23장을 절취한 혐의(절도)로 기소된 청원군청 공무원 권모씨 등 5명에 대해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2010고정685).
방 판사는 "청원군 공무원 권씨가 가져간 우편물 23장은 절도의 객체가 된다"며 "아파트 출입구에 설치된 각 세대별 우편함 속의 우편물은 그 함에 투입되는 순간부터 각 세대의 주민에게 점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물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 판사는 그러나 "불법영득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서 이용하고 처분할 의사를 말한다"면서 "권씨는 홍보물을 수거해 폐기하려고 가져갔던 것이고, 이 사건 이전에도 수거된 홍보물 등은 공무원 오모씨 등이 보관하고 있다가 폐기했던 점에 비춰보면 권씨 등에게 손괴의 고의가 있을 지언정 그 홍보물을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려고 처분할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권씨는 청원군청 행정직원으로 청원군은 청주와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청원청주통합군민취진위원회가 통합에 찬성하며 군민들에게 통합 당위성을 설명하는 홍보물을 배포하자 2009년10월 권씨 등은 청원군 모 아파트 출입구에 설치된 각 세대별 우편함에 꽂혀있던 홍보우편물 23장을 무단으로 수거해갔다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