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대상 기업이 분식회계를 통해 재무제표를 작성했음에도 '적정의견'으로 부실감사한 회계법인도 피해 주주들에게 기업과 함께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철근 제조·판매 업체인 A사가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4다82750)에서 "1억7966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산 주주들의 손해는 회사와 회계법인이 내부 부담비율에 따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에는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심이 정한 내부 부담비율(85 대 15)이 부당하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심 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가치 판단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이를 탓하는 상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07년부터 2009년 3분기까지 A사를 외부감사하면서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과 특정 조건에서 발생하는 '우발채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외부에 공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10월 A사의 감사보고서 등을 조사해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정황을 적발했고, 법원은 2012년 10월 A사 대표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A사에 벌금 2000만원, 안진회계법인에 벌금 1000만원의 처벌을 각각 확정했다.
A사는 또 주주 54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이 18억545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주주들과 합의해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17억5456만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후 A사는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의 공동 불법행위자이므로 합의금의 절반인 8억7828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도 "공동 불법행위자가 일방이 자신의 부담 부분을 초과해 손해를 배상한 경우 다른 일방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내부 부담비율을 두고서는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부담비율이 75(A사)대 25(안진회계법인)가 적당하다고 봐 3억36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허위공시의 주된 책임이 A사에 있다"며 비율을 85대 15로 낮춰 지급액을 1억7966만원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