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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기사 대법원 2020도12861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고영주 발언… 대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적시에 해당 안돼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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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표현은 의견이나 평가, 가치판단으로 보아야 하므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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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성향 시민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제18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2년 만인 2017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구체적 징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 이상, 그 평가는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이를 증명 가능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견해를 축약해 밝힌 것에 불과하고, 사실의 적시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전 이사장의 발언 경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고 전 이사장의 자료나 진술 등을 보면 (당시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믿어 온 체제의 유지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구체화된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1심을 뒤집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동족상잔과 이념 갈등 등에 비춰 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갈등상황에 비춰보면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