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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신문 판결큐레이션

    판례해설 창원지방법원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창원지방법원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창원지방법원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대법원 2015도16551 대법원 2011도7193

    판례해설 -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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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000에 대하여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기소
    창원 지방 법원 제1심 재판부는 2014. 1.경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2014. 5 경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의거, 피고인의 진술 없이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판결 선고.(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출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항소권회복청구.
    제1심 법원은 항소권 회복 결정.
     
    □ 한편 피고인에 대하여 별건 사기, 횡령 등으로 기소.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2015. 4경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제기.

    □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한 후 기존 증거조사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선고(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피고인이 항소권 회복 청구를 하면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다면 이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소정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함(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아니한 채,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

    이건은 원심이 항소 이유 중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으므로 파기 환송한다는 판결이다.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을 하였으므로 재심을 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본 사안은 재심 사유는 항소이유가 되고, 항소심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심인 항소심에서 재판을 다시 하라는 취지이다.
    재심제도는 유죄의 확정 판결에 중대한 사실 인정의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판결을 시정하는 구제 절차를 말한다.
    재심은 법적 안정성을 일부 희생하면서 피고인 등을 구제하는 절차이므로 그 재심 사유는 엄격히 제한되고 해석 역시 제한된다.
    형사 판결에 대한 신뢰가 낮을수록 재심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것이나 재심 사유를 널리 인정하는 것 역시 법적 안정성과 소송 경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 형소법은 재심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인정하면서 아울러 "책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 이를 재심청구 사유로 규정하였다. 재심 사유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재심은 확정 판결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판결 확정전이라도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면 절대적 항소 이유가 된다.(위 형소법 제 361조의 5 제13호)이는 재판의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기하고 아울러 소송경제를 고려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2) 실체적 정의에 앞서 절차적 정의를 강조함.

    본 사안의 경우 제1심 확정 판결(상해, 강제 추행), 별도의 제1심 판결(사기, 횡령), 항소심 판결(항소권 회복에 의하여 상해, 강제 추행, 사기, 횡령에 대하여), 상고심 판결을 거쳤고 앞으로 다시 파기 환송심 판결과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다.
    파기 환송심에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상해, 강제 추행부분에 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한편 원심 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미 법정에 출석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하였고, 법원은 피해자 증언 등 적법하게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유죄 판결을 하면서 피고인의 사실 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도 원심이 "제 1심 증거관계와 증거 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한 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고 피고인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까지 조사한 후 변론을 종결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공소장 부본 송달 등 (형식적)소송행위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3) 형사 절차에서 불필요한 요식행위의 의미.

    현대 형사 소송법은 권리 구제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현대 법치국가의 헌법, 형사법은 권리구제를 위하여 불필요한 요식행위라고도 불릴 수 있는 절차들까지 겹겹이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근대 형사 법제도는 원래 일본을 통한 대륙법계로 출발하였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법이념이 세계를 지배하면서부터는 영미식 제도까지 대거 유입되었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 가지였다. 그리하여 한국과 일본의 형사법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체계적 해석이 어려운 법체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개중에는 미국 제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본고장보다 훨씬 강력한 규정으로 변모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미란다 원칙"이다.
    본고장에서는 "인신 구속 상태 혹은 수사 기관에 의하여 현저한 방법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심문을 하여 얻은 진술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을 부정한 것으로 증거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증거의 허용성 문제로 태동한 것이다. 즉 체포, 구속 상태(체포와 구속을 구분하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제도다)에서 진술 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얻은 진술은 증거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체포 구속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받은 진술은 미란다 원칙과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이 원칙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헌법상 체포의 요건으로 까지 승화되고, 미란다 원칙의 고지 없이 체포를 하면 체포자체가 불법이 되는 경지로 발전했다.(헌법 제 12조 제5항, 형소법 제 200조의 5)
    판례도 체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고지하는 것이 원칙(2011도7193)이라고 선언 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범인을 체포할 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실무상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입법자들이 아무래도 헐리우드 사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영장 제도를 예로 들어보면, 거의 100% 영장 없이 체포를 하는 미국에서는 영장제도 역시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여기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영장 심사제도가 우리 형소법에 도입되면서 사실상 혐의 유무를 가리는 재판의 기능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중요 사건의 경우 검사와 변호인 측이 장시간 증거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경우까지 있고 사실상 정식 재판을 하듯 진행한다.
    본래의 취지라면 영장의 몇 가지 기본적 요건(당사자 동일성, 피의 사실의 구성요건 해당성, 사안의 경중, 범죄를 의심할 만한 자료,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을 신속하게 심사하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정식 공판 절차에서 가려져야 한다. 결국 우리 형사 절차는 구속 사건의 경우 사실상 4심제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영장 기각 후 불구속 기소를 한 경우 피고인의 불출석 비율이 늘고 있으며, 형사 절차의 지연이나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 경시 풍조까지 확산되고 있다.

    4. 결어
     
    본 사안의 경우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판정에 출석할 수 없었는지 언급이 없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항소권 회복 신청을 하면서 법정에 출석하였고 원심 법원은 제1심 증거관계와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한 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고, 피고인 측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까지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상념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현대 사회에서 신속한 재판의 이념 역시 중요하며 소송 경제도 고려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적법 절차의 보장이라는 면에서 수긍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식적 요식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적법 절차의 보장을 통한 권리 구제이념과 신속한 재판,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